1. 물속에서 얻은 통찰: 원어 성경 루틴의 시작
몇 해 전, 나는 구민체육센터에서 수영을 배운 적이 있다. 격일로 수영장에 가서 강사님의 지도를 받으며, 호흡부터 팔 동작, 발차기 하나하나를 익혔다. 처음엔 물이 두려웠고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반복될수록 물과 친해졌고, 자세도 점차 안정되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오리발을 끼고 자유형으로 시원하게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수영은 어느덧 내 몸의 일부가 되었다.
그러던 중, ‘원어성경곳간’이라는 온라인 성경공부 모임에서 정정우 목사님의 한마디가 인상 깊게 다가왔다.
“수영은 수영장에서 배우듯, 성경 원어도 문법만 익히면 본문으로 바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했다. 나는 그동안 성경 원어를 머리로만 이해하려 했지, 몸에 익히려 하지 않았다. 수영처럼 매일 반복하며 물속을 익혀야 진짜 수영이 되듯, 성경 원어도 매일 본문을 읽고 분석하며 몸에 익혀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그때부터, 하루 한 줄이라도 성경 원어 본문을 읽는 습관을 시작했다.
2. 한계를 넘게 한 만남: ‘원어성경곳간’ 이야기
나는 대학원에 들어가기 전부터 독학으로 성경 원어를 접했고, 이후 정식 수업을 통해 헬라어와 히브리어 문법을 배우기도 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배운 적이 있느냐가 아니라, 지금도 매일 접하고 있느냐였다.
문법은 잊히고, 단어는 흘러갔다. 원어 성경은 언제나 부담스러운 대상이었다. 그럴 때 ‘원어성경곳간’을 알게 되었고, 새로운 전환점이 되었다.
이 모임은 매주 한 번, 구글 미트를 통해 정해진 본문을 함께 분석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나는 매주 3절을 맡아 단어를 분해하고, 문법 구조를 분석하며, 의미를 해석해 발표한다. 교수님께 피드백을 받고, 다른 참여자들의 발표도 들으며 다양한 시각을 배우는 이 과정은 혼자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깊이를 선사했다.
무엇보다 이 모임은 나를 반복의 구조 안에 묶어주었다. 나의 의지가 아니라도 일정한 루틴이 생기니, 성경 원어는 더 이상 일회성 시도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흐름이 되었다.
3. 습관이 만든 힘: 매일의 반복으로 다가가기
이후 나는 수영에서 얻은 교훈을 성경 원어 학습에도 적용했다. 틈이 날 때마다 따뜻한 물 한 잔과 함께 헬라어 성경 한 문장을 펼친다. 짧은 시간이지만, 단어를 분석하고 문장을 구조적으로 살피는 이 시간이 나에게는 말씀의 숨결을 직접 느끼는 귀한 루틴이 되었다.
맡은 본문 구절을 읽고, 로고스 바이블, BibleWork 같은 도구를 통해 단어를 분석하고 해석을 시도한다. 발표를 준비하면서 문장의 구조를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되고, 교수님의 피드백을 통해 오해한 부분을 바로잡을 수 있다.
무엇보다 발표하면서 느낀 의문은 더 깊은 학습의 출발점이 된다. 다른 발표자의 해석을 듣는 것도 큰 자극이 된다. 같은 본문이라도 다르게 접근하는 시각을 통해 말씀의 폭이 확장된다. 수영이 한 동작 한 동작을 반복해 체득되듯, 원어 성경도 반복하며 익숙해졌다.
이제는 문장이 낯설지 않다. 구조를 보면 흐름이 읽히고, 단어의 의미도 문맥 속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성경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가르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
4. 변화는 반복 속에서 온다
이 루틴은 내 말씀 사역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설교나 강의를 준비할 때, 이제는 원어 성경 본문부터 살핀다. 단어와 문장의 뉘앙스를 직접 읽고, 해석하며 말씀의 깊이를 보다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설교나 그룹 성경공부에서도, “이 단어는 헬라어 원어에서 이런 의미를 가집니다”라고 설명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 성도님들은 깊이 있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고, 나는 반복의 힘을 다시 한 번 실감한다.
가장 큰 변화는 두려움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원어 성경이 더 이상 두렵지 않다. 오히려 매일의 루틴 속에서 익숙하게 다가오는 하나님의 말씀이 되었다. 수영이 더 이상 훈련이 아니라 즐거움이 된 것처럼, 성경 원어도 이제는 나에게 ‘즐길 수 있는 언어’가 되었다.
5. 작게 시작하세요: 성경 원어, 습관이 답입니다
성경 원어, 처음부터 잘하려 하지 마세요. 수영도 처음엔 물에 떠 있는 것조차 어려웠지만, 반복하니 물이 나를 받아줬습니다. 성경 원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일 한 줄이라도 읽으며, 문장을 느껴보세요.
딱 10분이면 충분합니다. 단어를 외우고, 구조를 살피고, 본문을 직접 소리 내어 읽는 작은 반복이 3개월, 6개월 후 당신을 완전히 다른 지점에 데려다줄 것입니다.
혼자서 하기 어렵다면 모임을 찾아보세요. ‘원어성경곳간’처럼 함께 읽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루틴이 큰 도움이 됩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오리발을 끼고 물속에 처음 들어간 날을 기억하세요. 오늘, 그 마음으로 성경 원어의 세계에 발을 담가보세요.
말씀의 깊이는, 매일의 작지만 반복되는 걸음 속에 숨어 있습니다.